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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탄 여행자와 맨발의 여행자...1

 

낙타를 탄 여행자와 맨발의 여행자...1

A씨는 낙타 등에 자신을 싣고, 사하라 사막에 들어섰다.
어느 날 그는 사막을 여행하던 도중 뜻박에 벌거벗은 채 맨발로
걸어가고 있는 한 여행자를 만났다.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A씨를 잠시 바라보더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해갔다.

나는 아무 짐도 없네.
맨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럼 그대로이네.
그저 빈손이고, 빈 몸이네
나는 머리와 가슴만 가졌네.
머리는 채우면 채울수록 무거워지고
가슴은 채우면 채울수록 한없이 가벼워지느니.
나는 더 채워야 할 가슴과
더 비워야 할 머리뿐이네.
그저 홀가분하고 홀가분하니 아무 걱정이 없네.
나는 넉넉히 누리어 넉넉히 기쁘노라.
내 안에 세상이 다 들어 있네.

A씨는 재 빨리 다가가 그 벌거숭이 여행자 앞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낙타도 타지 않고. 벌거벗은 채 맨발로 사막을 건너다가는
고난을 면치 못할것이며,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여행을 중단하고 다시 돌아가라고 총고를 했다.
하지만 벌거숭이 여행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사막의 모래 언덕
너머로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A씨는 사막을 건너고 건너 마침내 어느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그
런데 이튿날 불행하게도 A씨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유인 즉, 여행 중 통 말을 듣지 않는 낙타에게 너무 시달린 나머지,
그여독으로 인해 끝내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었다.
낙타, 그것은A씨의 발길을 대신 했다기 보다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며칠후에 뒤를 이어 그 오아시스에 도착한 벌거숭이 여행자는 A씨의
주검을 보고 안타가운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내 두다리에 싣고 와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의 네 다리에 그대를 싣고 와도 죽었구나.
나는 나에게 나를 짐 지우고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에게 그대를 짐지우고도 죽었구나.

벌거숭이 여행자는 구덩이를 파고 A씨를 묻어 준 뒤.
다시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디론가로 길을 떠나갔다.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이라는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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