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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적

                             인생의 적
                                                   성운대사 법어집(46p)


  적이란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이거나 우리를 방해하는 사람, 우리를 해치는 사람,
우리를 없애려고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적은 사실 바로 나자신입니다.
왜 우리 자신이 자기의 적이 될까요? 내가 게으르다면 게으름이 바로 자신의 적이 되고,
내가 화를 잘 내면 화내는 마음은 나의 적이 됩니다. 내가 이기적이면 이기심은 바로 자신의
적이고 내가 허위적이면 허위적인 것이 바로 나의 적이 됩니다.

 사람이 정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친구들은 나의 적이되고, 이익을 여럿이
나누어 가질 수 없으면 형제권속도 다 나의 적이 됩니다. 심지어 가정을 돌
보지 않으면 가족도 나의 적이 되고, 사상을 정화하지 않고 바른 생각을 기
르지 않는다면 자기의 심신이 다 자기의 적이 됩니다.

 만약 우리들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매국노가 되어서 나라가 망하고 집
이 흩어져서 망국의 노예가 된다면 자기 자신이 바로 자기의 적이 아니겠습
니까? 말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회사가 망해 문을 닫게 되거나 장사를
그만두게 되어서 실업자가 된다면 이것도 자기가 자기의 적이 되는 것이 아
니겠습니까?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도 자기가 자기의 적이 되
어버린 것입니다. 술에 찌들어서 살다보니 건강을 잃고 병에 걸리게 되었으니
이또한 자기가 자기의 적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혜롭고 능력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친구로 삼아야 하겠지만 당신이
그 사람의 지혜와 능력을 질투하고 해치려 든다면 결과적으로 스스로한테
기가 자기의 적이 되는 것입니다. 동료끼리 암투를 벌이고 형제간에 반목하
는 것은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의 손발을 쇠약하게 하는 것으로 이것도 자기가 자기의 적이 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경전에 "마귀는 마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있다." 고 하
였습니다. 우리의 심신은 아주 많은 마귀와 적을 기르고 있습니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 . 소극적인 마음 . 의심 . 질투 모두가 다 우리들의
적입니다. 걱정과 슬픔 . 번뇌 . 오만 . 자아도취 등이 다 우리들의 적이 됩
니다.

선종 4대조이신 도신(道信) 선사가 승찬(僧璨) 선사를 처음 찾아가서 해탈
할 수 있는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슨찬 대사는 "누가 너를 묶었느냐?" 하고
도리어 반문했습니다. 도신은 잠시 생각한 후 " 아무도 너를 속박하지 않았는
데 너는 어찌 달리 해탈 법문을 간구한다는 말이냐? " 하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자기 스스로 속박' 하고 있고 자기가 자기를 방해하고 있
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왕양명(王陽明)은 "산 속의 도둑을 잡기는 쉽지만 마음속의 도둑을 잡기
는 어렵다." 고 했습니다. 마음 바깥에 있는 적은 쉽게 상대할 수 있지만 자
기 마음속의 적은 굴복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우리
들에게 "그 마음을 항복시키라(降伏其心)." 고 설하고 있는데 '마음을 항복
시킬' 수 있고 자기의 적을 항복시킬 수 있는 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기 떄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