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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와 개미

세지네 2006. 2. 3. 00:41

 

땡볕이 내리 쬐는 한여름 한낮이었다.
개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노동을 하고, 매미는 높은 느티나무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매미는 땅 바닥을 기어다니
며 먹이를 찾아 나르는 개미들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개미들. 왜 너희들은 그토록 죽자사자 일만 하는거니? 좀
쉬어가면서 해"

그러나 개미들은 누구도 일손을 놓지 않았다.

"노래 부르며 놀 틈이 어디 있니? 부지런히 일을 해야 겨울날 배
불리 먹을 게 아니냐. 근데 너는 왜 일도 안 하고 항상 노래만 부르
니? 노래 부른다고 밥이 생기니, 떡이 생기니?"

한 개미가 항의하듯 그렇게 말했다.

"난 가수가 되는 게 꿈이야. 그래서 항상 노래를 부르는 거야. 너
네들 중에서 노래와 춤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든지 나에게 와.
나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게."
"흥! 그러다가 겨울이 오면 굶어 죽기에 딱 알맞겠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마침내 겨울이 왔다.
매미는 여름 내내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동물왕국 곳곳
을 다니며 콘서트를 열었다. 가는 곳마다 많은 동물들이 몰려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어느 날, 매미는 동물왕국의 한 대학 병원을 찾아갔다. 환자들을
위해 무료 자선 음악회를 열기로 한 것이 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일인지, 그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대
부분 개미들이었다. 지난 여름 내내 그토록 몸을 혹사시키더니 모두
병이 난 모양이었다.
무대에 오른 매미는 피를 토하둣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
리고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미 여러분, 지난 여름 누군가가 저에게 그렇게 노래만 부르다
간 겨울이 오면 굶어 죽을것이라고 말햇답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저는 굶어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름내내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밑천으로 해서, 우리 동물
왕국 곳곳에서 콘서트를 열어, 떼돈이랄 것은 없지만 아무튼 큰돈을
벌었어요.
부탁컨대,앞으로는 당신들이 살아가는 방식만이 모두 옳다는 생
각은 버려주세요
개미 여러분! 앞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
식을 취하세요.
들어보니, 여러분들은 해마다 겨울이 되면, 여름 내내 애써 모아
놓은 10킬로그램 가량의 먹이 중에서 무려 7킬로그램을 병원비로
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여러분, 3킬로그램이면 겨우내 얼마든지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왜 해마다 뼈빠지게 10킬로그램씩이나 모으는 겁니까? 그러다가 골
병이 들어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고, 또 그 금쪽 같은 먹이를 왜 7할
이나 병원비로 내고 있는 겁니까? 참으로 딱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끝으로 개미 여러분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행복의 나라'를 불러 드
리겠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개미들은 여전히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죽자사자 일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