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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외나무다리

세지네 2006. 3. 8. 21:55

황소와 외나무다리

 

 

 이른 아침, 주인은 황소 등에 감자를 잔뜩 싣고 읍내에 팔러 갔다.

 

  고개를 넘어 한참 내려가자 높은 절벽이 나타났다. 그 절벽 위에서

 

 건너 편 절벽 위로 긴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주인이 앞장을 섰다.  그러나 황소는 외나무다리 앞에 떡 버티고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따. 아무리 고삣줄을 잡아당겨도 황소 나는 막무가내였다.

 

   "주인님, 저는 건너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못 건너간다고? 왜?"

 

   "저는 사람처럼 다리가 두 개가 아니고 네 개예요. 이 좁은 외나

 

 무다리를 네 다리로 어떻게 건너간단 말이에요. 저쪽 산능선 쪽으로 돌아서 가요."

 

   그러나 주인은 고개를 가로었다.

 

   "안 돼, 바쁘단 말이야. 빨리 가야 돼"

 

 주인이 다시 고삣줄을 잡아당겼다. 황소가 끝끝내 버티고 서 있자 주인은 꾀를 냈다.

 

  튼튼한 끈으로 황소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각각 한데 묶었다.

 

     "이제 됐다. 너도 이제 두 다리가 되었으니 어서 건너가자."

 

   황소는 어이가 없었다. 짐승으로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주인까지 어리석은 사람을

 

  만나다니, 더 큰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이놈아, 이제 두 다리가 됐는데 왜 안 건너가려는 거야? 너 읍내 장에까지

 

  무거운 감자를 싣고 가기 싫어 잔꾀를 부리는 게지?"

 

     "왜 못 건너? 아까는 네 발이라서 못 건넌다더니.

  

    두 발을 만들어 주니가 왜 딴소리야?"

 

   이번에는 몽둥이로 황소를 사정없이 두들겨팼다.

 

  황소의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서러워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주인님, 차라리 끈을 풀어주세요. 네 발로 건너갈볼 테니까요."

 

     "안 돼. 네 발로 걸으면 낭떠러지에 떨어져."

 

   주인은 더욱 힘주어 고삣줄을 잡아당겼다.

 

  황소는 슬프고 안타까웟따. 그렇게 묶인 상태로 건너든 네 발로 건너든,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 너무 뻔했기 떄문이었다.    바로 그떄였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황소의

 

  머리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주인님, 그러면 그 고삣줄을 손에 쥐고 있지 말고 주인님 허리에 묶으세요. 그러면

 

    제가 건너갈게요."

 

    "내허리에 고삣줄을 묶으라고, 왜?"

 

    "만일 제가 외나무다리 아래로 떨어지면 주인님도 함께 떨어질게 아니에요. 저는

 

   죽어서도 주인님을 섬기고 싶어요."

 

  단 1분 1초라도 지긋지긋한데 죽어서까지 섬기겠다니, 그건 황소의 진심이 아니었다.

 

     그러자 주인은 산능선 쪽으로 돌아 가자며 앞장서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주인은 그제서야 허리에 고삣줄을 묶었다가는 황소와 함께 절멱아래로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 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