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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행무상

세지네 2006. 11. 9. 08:52

모든것이 머물러 있지 않으니 가히 기억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네,

허허로운 밝음이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을 쓸 일도 아니로다.

 

하루 살면 하루의 허물이 생기고, 일년을 살면 일년의 허물이 생기는 사람에게 하루 해는 너무 깁니다.

할 말 잃은 사람이 세상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행여 허물이 넘치고, 죄만 더 커져 버리는 어리석음이 없기를 빌며 부처님의 한 말씀을 전합니다.

 

**불자의 법

불법은 마음에 관한 법입니다.

불법은 마음밖에 모든 현상을 실체가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사람들이 실체라고 믿는 가치관도 부정합니다.

극락도, 지옥도 마음밖에 따로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불자들은 행복을 재물과 권력에서 찾지 않고 마음 안에서 찾습니다.

깨달음도 마음 밖에서 얻으려 하지 않고 마음 안에서 찾습니다.

극락도, 지옥도 모두 이 마음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불법은 마음밖에 따로 법없다는 것이요,

모든 것은 마음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런 心을 아는법을 떠나 다른 법을 말한다면 이를 일러 外道라 말합니다.

따라서 마음 밖에서 행복을 찾는 불자는 비록 절에 다닌다 하더라도 진정한 불자는 될 수 없습니다.

 

**외도의 법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합니다.

남보다 잘나 보이기 위해 돈과 명예를 자랑 합니다.

내가 너보다 더 예쁘고 내가 너보다 더 잘났고,

내가 너보다 더 훌륭하다는 말인데 미안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고도

훌륭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합니다.

이런 어리석은 일을 우리가 왜 꼭 해야하는 겁니까?

‘라 로슈푸코’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보다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애를 쓴다.”

진짜 자신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몸치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허세를 부린다는 말입니다.

이런 삶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사람이 아니라

外道의 그릇된 삶을 사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 각국을 정복해 나갈 때 인도를 침략하여 인더스

강을 건넜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피바다로 변해버린 인도-여기저기에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피비린내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을 때 알렉산더 대왕의 눈에 한

수행자의 모습이 들어 왔습니다.

모두들 도망가기에 바빠 아수라장이 된 바로 그 나무 밑에 고요히 앉아

있는 한 수행자를 본 것입니다.

알렉산더는 부하에게 말했습니다.

“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 보거라”

부하가 달려가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요?”하고 묻자 수행자는 반문

했습니다.

“왜 묻는 거요?”

“위대하신 알렉산더 대왕이 알아오라고 하셨소.”

그러자 수행승은 말했습니다.

“궁금한 사람이 직접 와서 직접 물어볼 일이요.”

그리고는 다시 고요히 명상에 빠져 들었습니다.

이 말은 전해들은 알렉산더는 묘한 매력을 느끼며

수행자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이 어수선하고 혼란한 전쟁터에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그토록 평온하게

보이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수행자가 되물었습니다.

“그렇게 묻고 있는 사람은 누구십니까?”

“희랍의 왕 알렉산더요.”

“알렉산더는 이름이고, 그렇게 물을 줄 하는 사람은 누구십니까?”

알렉산더는 이 말에 당황했습니다.

뭐라 답을 해야 좋을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알렉산더가 죽을 때 대왕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때 나는 참으로 큰 것을 보았다. 권력과 돈과 명예가 무엇이냐?

무엇 하나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죽거든 두 손을 관 밖으로 내어 놓아라.

천하를 정복했던 알렉산더도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하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참 모습인 것 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살려고 몸부림칩니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갖고 싶어 합니다.

살려하는 이 의지가 잘못되면 그 허물이 남에게 있는 양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다툽니다.

생명의 실상을 잊어버리고 몇 천 년을 살 것처럼 싸우고 또 싸워 댑니다.

복을 짓지 않고는 복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조리 잊어버린채 말입니다.

 

**당당히 살뿐

몽고의 징기스칸은 말했습니다.

“누구든 따르지 않는 자는 죽음뿐이다.”

그리고 질풍같이 말을 몰아 중국과 유럽대륙을 순식간에 쓸어버렸습니다.

세계를 제패한 영웅은 그러나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다 갔을 뿐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습니다.

그가 스치고 간 자리에 비문 하나가 허허 벌판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을 쌓는다. 그러나 이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유목민의 역사입니다. 천하 영웅의 삶입니다.

이들은 우리처럼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는 어리석은 형식적 삶도 거부했습니다.

이들처럼 살다 가면 그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요?

진정 아무것도 남지 않을 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처럼 살다 가면

쓸데없는 욕심이나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근심걱정도 사라집니다.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도 모두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장엄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기쁨과 행복이 도리어 이 속에 숨어 있습니다.

 

**부처님의 삶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항상함이 없는 것이니, 이는 나고 죽는 법이라 하네.

나고 죽는 것마저 없어지면 적멸함으로 즐거움을 삼으리라.”

승찬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이 머물러 잇지 않으니 가히 기억할만한 것이 없구나.

허허로운 밝음이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도 아니로다.”

흐르는 물은 온 곳을 묻지 아니하며 갈 곳 또한 묻지 아니합니다.

애써 욕심을 부려 무엇을 이루고 가져본들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잘난 척 해도 소용없다는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이며, 환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라.” 하셨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입니다.

‘라 로슈푸코‘는 다시 말합니다.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않는다면 스스로 만족하기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려는 허영심 때문에 자기 앞에 있는 진짜 행복을 놓치는 수가 많다.”

인생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닙니다.

재물과 권력, 아름다운과 명성이 모두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허세를 버리자는 말입니다. 생명의 실상을 바로 알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 살라는 것입니다.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하루 세 끼 굶지 않고 평안히 살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지 허황된

명성이나 권력에 집착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무상한 생명의 실상을 바로 보라 그 말입니다.

무상한 생명의 실상을 바로 본다는 것은 막행막식(아무렇게 사는 삶)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막행막식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타율이 아닌 자율적인 것이며, 무질서 속에서의 질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알아야 할 것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사랑도 변하고, 미움도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명성도 변하고, 권력도 변하고,

재물도 변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변화 또한

인연따라 생성 소멸한다는 이치를.

깨달음이란 결국 연기법(조건 따라 생겨나고 사라짐)을 아는 것이고,

이 법을 아는 자를 우리는 다만 이름하여 깨달은 者라 하는 것입니다.

번거롭게 설치며 사는 것을 포기하면 인생은 보다 충만해 집니다.

다시 말하면 마음 밖에서 행복을 찾지 말고, 여로분의 가슴 속 깊이 숨어

있는 아름다운 마음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는 말도 듣는 사람에 따라 정말

재미없는 말이 되겠지만 이런 말도 한번쯤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은 조금 거칠긴 하지만 잘 음미해보면 불교를 이해하게 해 줄 것이며. 나의 행복으로 여러분의 삶을 안내해 주기도 할 것입니다.

환상과 전도된 망상을 깨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악은 없을 듯합니다.

복 많이 짓고 소원성취하게요.

 

명성산 자인사 明珠 글: 간봉사 철현 스님

출처 : 명쾌한 소리
글쓴이 : 광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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