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보은의 숭고한 보시***
자비보시의 공덕과 기쁨(5)
신라시대의 진정(眞定)스님은 출가하기 전에 집안이
가난하여 결혼을 하지 못했다.
군대에서 복무하면서도 여가가 있으면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했다.
집안의 재산은 다리 부러진 솥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절을 지을 쇠붙이를 구하는 일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솥을 보시했다.
조금 후에 아들 진정이 밖에서 돌아왔다.
어머니는 사실을 말하고 아들의 의사가 어떤가를 살폈다.
진정은 기쁜 얼굴로 어머니께 말했다.
“불사에 시주하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솥은 비록 없으나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그리고는 기와 조각으로 음식을 익혀서 어머니를 봉양했다.
진정은 의상(義湘)법사가 태백산에서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말을 듣고 이내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효도를 다한 후에 의상법사에게 가서 도를 배우겠습니다.”
이에 어머니는 말했다.
“부처님 법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너무도 빠르다.
효도를 다한 후에 하면 늦을 것이다.
어찌 내가 죽기 전에 불도를 깨달음만 하겠는가?
주저하지 말고 서두르는 것이 좋다.”
어머니의 이런 말씀에 진정은 말했다.
“어머님 만년에 옆에 있을 이는 오직 저뿐인데 어머님을
버리고 차마 출가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진정의 말에 어머니는
“아! 이 어미 때문에 출가하지 못한다면 너는 나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생전에 아무리 좋은 음식으로 나를 봉양한다 해도 어찌
효도가 되겠느냐.
나는 비록 남의 문전에서 옷과 밥을 얻더라도 천수를 누릴
것이니, 네가 기필코 효도를 하려 한다면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고 하였다.
어머니의 간곡한 말씀에 진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는 말씀을 마치자 바로 일어나서 쌀자루를 털었다.
모두 일곱 되였다.
그날 이 쌀로 모두 밥을 짓고서 어머니는 말했다.
“밥을 지어 먹으면서 가자면 네 길이 더딜까 두렵다.
내가 보는 앞에서 한 되 밥을 먹고 나머지 여섯 되 밥을
싸가지고 빨리 떠나라. 어서 떠나라.”
진정은 흐느껴 울며 굳이 사양했다.
“어머님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만도 자식의 도리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며칠간의 미음거리마저 모두
가지고 간다면 천지가 나를 보고 무어라 하겠습니까?”
하며 세 번을 사양했지만 어머니는 세 번을 연거푸 권했다.
진정은 그 뜻을 어기기 어려웠다.
집을 떠나 밤낮으로 걸어서 3일 만에 태백산에 도착했다.
의상법사에게 의탁하여 머리 깎고 제자가 되었는데 법명을
‘진정’이라 하였다.
의상스님의 회상에서 머문 지 3년 후에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다.
진정스님은 가부좌로 선정에 들었다가 7일 만에 일어났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추모와 상심을 견딜 수 없어서 선정의
물로 슬픔을 씻은 것이다.” 라고 하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선정으로 어머님의 환생하신 곳을 관찰하였다.”
고 했으며, 어떤 이는 “진실한 진리로 어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고도 했다.
진정스님은 선정을 마치고 자신이 선정으로 체험한 일을
의상법사에게 말씀드렸다.
의상법사께서는 문도와 함께 소백산 추동에 가서 초가를
짓고 3천명의 제자를 모아 화엄대전(華嚴大典)을 90일 동안
강설(講說)했다.
의상법사의 제자 지통(智通)스님은 강설을 받아써서 요지를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이름을『추동기(錐洞記)』라 하여 널리
세상에 펼쳤다.
강설을 마치니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이미 천상에 태어났다.”
이상의 이야기는 고려시대 일연(一然)스님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제5권에 “진정스님의 효도와 선행이
모두 아름답다.” 의 항목에 수록된 기록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깊은 감동을 받는 글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이며 자식의 효도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들의 봉양을 구하지 않았다.
아들이 이루고자 하는 도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했다.
빨리 길을 떠나게 했으며 집에 있는 식량을 전부 털어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게 했다. 이것은 어머니의 생명을
버리는 사랑이었다.
아들의 효도는 어떠했는가.
봉양에 정성을 다했고 어머니의 뜻을 존중히 받들었다.
하나밖에 없는 솥을 보시했을 때도 뜻을 받들었고 출가할
적에도 세 번을 사양했지만 끝내는 어머니의 뜻에 따랐다.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을 때는 삶과 죽음의 의식까지 멎은
상태로 선정에 들었다.
아들은 선정에서 세상의 어머니와 진리의 어머니를
함께 만났다.
그래서 의상법사는 진정스님이 체험한 세계를 설법으로 밝혀서
세상 사람들이 길이 보은의 효행을 실행하도록 하였다.
사랑도 보시이고 효도도 보시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보시’를 실행한 결과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온갖 아름다움은 하나의 보시행으로 이루어진다.
보시는 모든 아름다움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스님-
자비보시의 공덕과 기쁨(5)
신라시대의 진정(眞定)스님은 출가하기 전에 집안이
가난하여 결혼을 하지 못했다.
군대에서 복무하면서도 여가가 있으면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했다.
집안의 재산은 다리 부러진 솥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절을 지을 쇠붙이를 구하는 일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솥을 보시했다.
조금 후에 아들 진정이 밖에서 돌아왔다.
어머니는 사실을 말하고 아들의 의사가 어떤가를 살폈다.
진정은 기쁜 얼굴로 어머니께 말했다.
“불사에 시주하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솥은 비록 없으나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그리고는 기와 조각으로 음식을 익혀서 어머니를 봉양했다.
진정은 의상(義湘)법사가 태백산에서 설법하여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말을 듣고 이내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효도를 다한 후에 의상법사에게 가서 도를 배우겠습니다.”
이에 어머니는 말했다.
“부처님 법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너무도 빠르다.
효도를 다한 후에 하면 늦을 것이다.
어찌 내가 죽기 전에 불도를 깨달음만 하겠는가?
주저하지 말고 서두르는 것이 좋다.”
어머니의 이런 말씀에 진정은 말했다.
“어머님 만년에 옆에 있을 이는 오직 저뿐인데 어머님을
버리고 차마 출가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진정의 말에 어머니는
“아! 이 어미 때문에 출가하지 못한다면 너는 나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생전에 아무리 좋은 음식으로 나를 봉양한다 해도 어찌
효도가 되겠느냐.
나는 비록 남의 문전에서 옷과 밥을 얻더라도 천수를 누릴
것이니, 네가 기필코 효도를 하려 한다면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고 하였다.
어머니의 간곡한 말씀에 진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는 말씀을 마치자 바로 일어나서 쌀자루를 털었다.
모두 일곱 되였다.
그날 이 쌀로 모두 밥을 짓고서 어머니는 말했다.
“밥을 지어 먹으면서 가자면 네 길이 더딜까 두렵다.
내가 보는 앞에서 한 되 밥을 먹고 나머지 여섯 되 밥을
싸가지고 빨리 떠나라. 어서 떠나라.”
진정은 흐느껴 울며 굳이 사양했다.
“어머님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만도 자식의 도리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며칠간의 미음거리마저 모두
가지고 간다면 천지가 나를 보고 무어라 하겠습니까?”
하며 세 번을 사양했지만 어머니는 세 번을 연거푸 권했다.
진정은 그 뜻을 어기기 어려웠다.
집을 떠나 밤낮으로 걸어서 3일 만에 태백산에 도착했다.
의상법사에게 의탁하여 머리 깎고 제자가 되었는데 법명을
‘진정’이라 하였다.
의상스님의 회상에서 머문 지 3년 후에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다.
진정스님은 가부좌로 선정에 들었다가 7일 만에 일어났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추모와 상심을 견딜 수 없어서 선정의
물로 슬픔을 씻은 것이다.” 라고 하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선정으로 어머님의 환생하신 곳을 관찰하였다.”
고 했으며, 어떤 이는 “진실한 진리로 어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고도 했다.
진정스님은 선정을 마치고 자신이 선정으로 체험한 일을
의상법사에게 말씀드렸다.
의상법사께서는 문도와 함께 소백산 추동에 가서 초가를
짓고 3천명의 제자를 모아 화엄대전(華嚴大典)을 90일 동안
강설(講說)했다.
의상법사의 제자 지통(智通)스님은 강설을 받아써서 요지를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이름을『추동기(錐洞記)』라 하여 널리
세상에 펼쳤다.
강설을 마치니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이미 천상에 태어났다.”
이상의 이야기는 고려시대 일연(一然)스님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제5권에 “진정스님의 효도와 선행이
모두 아름답다.” 의 항목에 수록된 기록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깊은 감동을 받는 글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이며 자식의 효도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들의 봉양을 구하지 않았다.
아들이 이루고자 하는 도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했다.
빨리 길을 떠나게 했으며 집에 있는 식량을 전부 털어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게 했다. 이것은 어머니의 생명을
버리는 사랑이었다.
아들의 효도는 어떠했는가.
봉양에 정성을 다했고 어머니의 뜻을 존중히 받들었다.
하나밖에 없는 솥을 보시했을 때도 뜻을 받들었고 출가할
적에도 세 번을 사양했지만 끝내는 어머니의 뜻에 따랐다.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을 때는 삶과 죽음의 의식까지 멎은
상태로 선정에 들었다.
아들은 선정에서 세상의 어머니와 진리의 어머니를
함께 만났다.
그래서 의상법사는 진정스님이 체험한 세계를 설법으로 밝혀서
세상 사람들이 길이 보은의 효행을 실행하도록 하였다.
사랑도 보시이고 효도도 보시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보시’를 실행한 결과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온갖 아름다움은 하나의 보시행으로 이루어진다.
보시는 모든 아름다움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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