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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담.돌담만들기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이야기] '담'
[소년한국일보 2005-09-29 13:57]    

집의 둘레를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 따위로 쌓아 올린 물건을 담이라 하지요.

한옥의 담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위압을 받을 만큼 높게 쌓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담 너머로 집 안을 슬쩍 들여다볼 수도 있게끔 어른의 눈높이 정도로 쌓았습니다.

●나무 이용한 울타리 생울

나지막한 담은 집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 안으면서 집 안에 정겹고 아늑한 느낌이 감돌도록 합니다.

이러한 담은 모두 몸채 처마보다 낮게 쌓아 툇마루나 방에서 앞을 내다보면 멀리 풍경이 집 안으로 끌려 들어오도록 해서, 자연 자체를 집의 정원으로 삼았지요.

한옥의 담은 대부분 소박하고 구수한 맛이 짙으며, 쌓는 방법과 모양도 단순합니다. 담은 나뭇가지나 살아있는 나무를 심어 만들기도 하고, 진흙이나 돌ㆍ벽돌로 쌓아 올린 것도 있습니다. .

죽은 나뭇가지ㆍ싸리나무ㆍ수수깡ㆍ왕골ㆍ억새ㆍ이엉 등을 발처럼 엮거나 삿자리처럼 뜨거나 해서 만든 담은 울타리ㆍ바자울이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대지 경계를 따라 가시나무ㆍ개나리ㆍ찔레나무ㆍ탱자나무 등 가시 돋친 나무를 심어 울타리가 되게 한 것은 생울(생울타리ㆍ산울타리)이지요. 생울은 살아 있는 나무를 심어 만든 울타리라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지요. 생울은 북부 지역보다는 날씨가 따뜻한 남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울타리나 생울은 농촌이나 산간 지방의 살림집에 많습니다.

●흙담ㆍ맞담에는 지붕 덮어

진흙으로 쌓은 담에는 흙담(토담)과 맞담이 있습니다. 흙담은 지푸라기ㆍ석회 등을 섞은 진흙을 커다란 벽돌처럼 빚어서 말렸다가 쌓은 담입니다. 흙담은 우리 나라 어디서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담이지요.

안동 하회마을의 흙담은 두꺼운 판자를 거푸집처럼 맞세워 놓고 그 사이에 진흙을 퍼 넣고 공이로 찧으면서 다져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로 벽을 치는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맞담은 막돌 한 켜를 놓은 다음, 흙 한 켜를 놓고, 그 위에 다시 막돌이나 기와를 놓으면서 차례로 쌓은 담입니다.

흙담이나 맞담 맨 위에는 빗물에 담벽이 씻겨 허물어지지 않도록 이엉이나 기와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벽돌담은 양반집ㆍ궁궐에서 쓰여

흙을 쓰지 않고 돌로만 쌓은 담은 돌담입니다. 농촌ㆍ산촌에 있는 서민들 살림집의 돌담은 막돌을 그냥 쌓은 막돌담이 많고, 양반들 집 돌담 중에는 돌을 네모지게 잘 다듬어 층을 맞추어 쌓은 사고석담도 있습니다. 돌담을 돌각담ㆍ강담이라고도 합니다.

돌담하면 돌이 많은 제주도를 떠오르지요. 제주도의 돌담은 돌만으로 서로 아래ㆍ위, 옆이 물리도록 맞추어 쌓아,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런 돌담을 쌓는 기술은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얻어 온 지혜에서 나온 것입니다.


벽돌을 쌓아서 만든 벽돌담은 양반집이나 궁궐에서 쓰였는데, 윗면은 서까래를 걸고 기와로 지붕을 만들어 마무리했어요.

벽돌담에 꽃이나 온갖 무늬로 장식한 것을 꽃담ㆍ화초담ㆍ화문담ㆍ화장담이라 이릅니다. 꽃담에는 벽돌로 ‘수복강녕’(壽福康寧ㆍ오래 살고 행복하며 건강하고 평안함) 글자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쌓거나, 사슴·학ㆍ소나무 등 상서로운 동물이나 식물, 또는 亞(아)ㆍ卍(완) 등 문자 무늬를 베풀어 넣었습니다.

이 밖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죽책, 나무말뚝이나 통나무를 땅에 박고 살을 드문드문 세워 만든 목책, 나무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우고 여기에 널빤지를 대서 만든 판장도 있지요.

담은 이렇게 집 밖과 경계를 이루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도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쌓아 여성과 남성의 공간을 갈라 놓았습니다. 유교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지요.

안채의 안마당과 사랑채의 사랑마당 사이에는 중문을 달아 사람들이 드나들게 하였습니다. 대문을 지나 사랑마당에 들어서면 안채가 바로 보이는 것을 가리기 위해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 앞에 만든 내외담이란 것도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시대에 신분에 따라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담을 쌓아야 한다는 규정이 적혀 있습니다. 담이 집의 품위를 좌우한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조선 시대 홍만선(1642-1715)의 ‘산림경제’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울타리 만드는 법, 담을 쌓는 법, 꾸미는 방법, 담이 구비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 기피할 점 등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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